[인터뷰] 정현곤 신임 진흥원장 "사회적경제 양적 성장 여전히 필요...가치평가 고도화한다" (2021.09…
[취임 인터뷰]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5대 원장
"저변 확대해온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로 제도 뒷받침돼야"
"현장, 지역, 거버넌스 키워드 이어간다...진흥원 더 중요해질 것"
장기과제로 사회가치평가 시스템 확충 강조
‘창업 지원’이라는 진흥원의 기본 골격을 견고히 하는 동시에 사회 가치 평가 역량을 키우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막 씨를 뿌린 단계인 바이소셜 운동, 규모화 지원사업, 예비창업팀 제도도 잘 이어가겠습니다.”
5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으로 취임한 정현곤 원장은 "양적 성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들려줬다. 여전히 사회적경제기업 규모는 더 커져야 하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사회 가치 평가 지표 고도화나 제도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 원장은 새롭게 계획을 늘어놓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전임 원장의 뒤를 이어 남은 과제들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진흥원 원장실에서 정 원장을 만났다. 그의 앞에는 사회적금융협의회 관련 정부 문서 등 각종 자료가 펼쳐져 있었다. 취임 후 인터뷰 자리에 나오기까지 약 열흘 동안 계속 사회적경제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사회적경제 현장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려는 그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 원장은 과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단법인 시민 이사 등을 거친 명실상부 시민사회 전문가다. 그는 “‘시민사회 전문가’라는 표현에 만족한다”면서도 “다만 시민사회 전문가라는 정체성이 지금 사회적경제 과제를 풀 열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사회적경제 분야로의 자원 연계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총리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주로 시민사회 전문가로 수식되지만, 행정의 관점에서 일해본 역량까지 십분 활용하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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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저변 확대, 양적 성장 더 이룰 제도 확충 필요
사회적경제 현장 출신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경제 현장과 계속 접해있었다.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설립에 기여했고, iCOOP시민협동대학 주임교수로 활동했으며,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초기 멤버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성장했다고 보는지 묻는 말에 그는 ‘저변 확대’라고 답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제도가 마련되면서 사회적경제조직이 설립될 수 있는 문이 열렸죠. 그에 따른 당사자 조직들의 노력도 있었고요. 지금은 단순 창업을 넘어, 조직 간 협동과 연대 방식으로 규모화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판로 확대를 위해 여러 기업이 종합상사를 만들고, 사회주택 분야 협회가 생기고, 사회적기업들이 힘을 합쳐 공제기금도 만들었잖아요."
기자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혹시라도 정권이 바뀌면 사회적경제 전반의 파이가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이에 대해 사회적경제는 이미 큰 흐름이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어 그럴 염려는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풀어야 할 과제는 뭘까. 그는 여전히 양적 성장은 필요하다면서, 제도적 자원인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열린 기본법 관련 공청회에서는 국가의 재정지원과 공공구매 비율이 과해 사회적경제기업이 자생하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 원장은 사회적 목적 재투자로 사회에 환원된 금액을 보면 투입된 재정에 비해 효과가 크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사업보고서를 봤는데, 2019년 사회적기업에 들어간 정부 재정지원이 2595억원 수준이고, 2020년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목적에 재투자한 자금은 1814억원"이라며 "약 800억원으로 사회적 목적 사업도 하고 안정적 일자리도 창출하는 효과를 본 건데, 국가가 직접 했으면 수조원을 투입해도 될까 말까하다"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정책과 비교하며, 공공구매 비율 역시 과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1965년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공공판로를 열었고, 이는 1981년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으로 이어졌으며, 지금은 공공기관이 연간구매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해야 한다는 시행령을 따르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공공시장 규모는 123조 5000억원이며, 그중 중소기업 제품 구매 비율은 76% 이상인 94조원이다. 사회적경제기업에도 이런 뒷받침은 응당하다는 거다.
정 원장은 "현재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공공기관의 총 구매실적인 57조원 중 사회적기업 제품 비중이 3% 수준인 1조 6000억원 정도"라며 "법은 비율의 최소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 수치는 정부 정책으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시장도 시장'이라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구매 의무화는 모든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사준다는 뜻이 아니다. 그 안에서도 기업 간 경쟁이 있다. 정 원장은 "중소기업처럼 사회적경제기업도 보호와 육성을 거쳐 경쟁이 가능하게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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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창업정신 바탕으로 사회가치평가 역량 길러야”
사회적경제 전반 말고, 조직 차원의 청사진은 뭘까. 정 원장은 원장실 안쪽에 적힌 "사회적경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통합전문지원기관"이라는 비전을 가리켰다. 그는 “통합전문지원기관이라는 정체성은 전임 원장이 강조했던 ‘민간이 주도하고 지역이 중심이고 중앙은 뒷받침한다’는 내용과도 맞물린다”며 연속성 있는 조직 운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노사문제 해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정 원장은 취임 첫날부터 노조의 성명서와 피케팅을 마주했다. 전임 원장 시절 불거진 노사갈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사합의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직원의 절대적 다수가 가입돼있는 게 노조다. 노조의 의견은 직원 전체의 의견이라는 전제 위에서 대화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원장은 그간의 사회적경제 저변 확대 과정에서 진흥원의 몫은 상당했으며, 앞으로의 성장 흐름에서도 역할은 계속 커질 거라고 예상했다.
특히 진흥원의 역할로 사회적 가치 평가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관련 전문 인력 확충도 과제라고 전했다. 지난 2019년 사회적기업 등록제가 본격 논의되면서 사회적가치지표(SVI) 고도화 이슈가 수면 위에 올랐지만, 아직 구체적 시스템 마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 원장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측정한 성과가 사회에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기부가 소셜벤처의 사회적가치 측정을 위해 도입한 아이엠피(IMP, Impact Management Project)도 들여다봤다고 언급했다.
취임 일성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성공을 위해 판로와 금융, 홍보 등 진흥원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전한 정 원장. 그는 “제도나 근거 속에서 움직이는 단위(공공)와 시민사회의 창의성이 부닥치는 곳에서 틈새를 찾아내고, 사회적경제와 정부 사이에서 제도적, 인적, 물적 자원을 연계하며 탐색하겠다"고 전했다.
박유진 기자 genie@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