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개] 1마을 1마을기업 지역경제 살린다 - 협동조합 플리마코 (정책브리핑)
지역경제에 활력 불어넣는 마을기업
청년 예술인 판로 돕는 ‘플리마코’
“세상에 없는 새롭고 혁신적인 물결을 만들어보자는 뜻이에요.”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 동계천로에 있는 한 건물에 자리 잡은 플리마코. 3~4층 사무실에 오르는 층계참 벽면에 큼지막하게 적힌 ‘여덟 번째 파장’이란 글귀가 선명히 보인다.
5월 25일 이곳에서 만난 김혜현(35) 플리마코 대표는 세상에 존재하는 일곱 색깔 빛 파장에 더해 여덟 번째 파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3층에 널찍하게 마련된 전시·판매장에는 이 지역 청년예술작가 약 70명이 만든 독특한 상품들(휴대전화 케이스, 노트, 도자기, 스티커 등)이 즐비했다.
2015년에 광주 동구에서 함께 나고 자란 고등학교 친구 5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마을기업 플리마코는 지역사회에서 몇 년 새 파문을 일으켰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공동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마을 단위(읍·면·구) 기업으로 행정안전부와 각 자치단체가 심사·지정한다. 2021년 6월 현재 전국에 1556개가 있다.
“나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일하던 친구 5명이 마을기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대부분 미대 졸업생들인데 광주에는 예술 작가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여겨 다들 서울로 떠나갔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찾아가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걸 당연시했고요. 이곳에서 청년 문화 예술 작가로 활동하고 기회를 얻기도 어려운 여건이었죠. 그러다가 문득 ‘왜 꼭 서울로 가야 하나. 이곳 작가들이 만든 제품을 우리가 직접 플리마켓을 열어 시도해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판로를 돕는 플랫폼을 광주에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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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을기업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 돼”
마을기업을 설립한 당시 광주에 있는 플리마켓은 대인동 대인시장 내 야시장뿐이었다. 플리마코는 2016년 봄 주변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하늘마당 부근 구름다리를 활용해 광주만의 플리마켓 ‘브릿지 디 마켓(Bridge D. Market)’을 만들었다. 청년 작가의 디자인 작품을 소개·판매하는 장터다. 다리 위 양쪽에 약 40개 작품 부스를 나란히 설치하고 격주로 3일(금·토·일)간 플리마켓을 열었다. 대성공이었다.
“우리도 깜짝 놀랐어요. 하루 관람객이 3만 명가량 몰려들었고 부스 한 곳에서 하루에 160만 원어치를 팔기도 했어요.”
구름다리 위에 젊은 감성에 맞게 공간 구성을 연출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돋보이게 전시했다. 그들은 ‘광주에서도 되는구나,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고 자신감을 얻었다. 브릿지 디 마켓은 이제 전국 주요 5대 플리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플리마코 협동조합 회원은 108명이다. 브릿지 디 마켓 장터를 중심으로 지역 청년 문화예술 작가들이 한데 모여들면서 창작자와 소비자들이 만나는 인기 명소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그 과정에 정부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마을기업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2015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5000만 원을 지원받아 플리마켓 조성에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거나 만들었다. 플리마코는 2018년에는 정부 도움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 문화예술부처와 교류 협력을 체결하고 2019년 서울시청에서 아프리카 예술 청년 작가 수천 명과 협업 전시회를 열었다. 2020년에는 지역에서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자립형 예술·경영 플랫폼으로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예술경영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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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에서 마케팅 도모
김 대표는 “플리마코 사무실에서 영상·디자인·마케팅을 맡고 있는 조합원이 10명인데 코로나19로 플리마켓을 정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표창 상금 1000만 원으로 인건비를 보충했다”고 말했다. 주변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장터 공간 지원은 민간 마을기업 플랫폼과 정부 문화기관 사이의 새로운 협력 방식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4층은 작업실이다. 지역 청년 작가들이 직접 자신들의 시제품을 만들어보는 곳이다. 한 대당 수천 만 원에 달하는 산업용 고성능의 UV 프린터(천·철판·유리·아크릴 같은 소재에 그래픽 이미지 출력 가능), 3D 프린터, 레이저프린터 등이 구비돼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창작자 양성 제1기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제작 설비를 지원받았다.
“마을기업이 이런 고가 장비를 사기엔 너무 벅차요. 여기서 몰드(모형 틀)를 만들어본 뒤 온라인에 올려 인기를 끌면 대량 주문을 받아 제작에 들어갑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장터를 열기 어려워 온라인 시장에서 마케팅을 도모해야 한다. 작업실 한쪽에 마련된 스튜디오에는 개인방송에 올릴 마케팅 영상콘텐츠 제작·촬영 장비가 보였다. “2020년에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케이디엔(KDN)과 (재)함께일하는재단이 하는 ‘마을기업 스마트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공받은 기기들입니다.”
‘마을기업 스마트화 지원사업’은 마을기업에 정보통신(IT) 기기와 IT 솔루션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결제용 포스(POS)기기, 무인단말기(키오스크), 누리집 개발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본래 미술작가 작품 위주로 마켓을 열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유명해지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하는 수공예 제품도 함께 전시해 판로를 돕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현장 점검하고 우리가 요청하면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많아졌다.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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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매입해 게스트하우스 연 ‘월곡영화골’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내에 있는 복합문화콘텐츠 마을기업 ㈜월곡영화골도 코로나19가 삼켜버린 혹독한 계절을 공공기관의 마을기업 지원사업으로 버티고 있다. 읍내 태백산맥 문학여행길 안쪽에 있는 평화게스트하우 입구 문패에는 ‘청년들의 꿈을 후원해주신 분들’ 중 하나로 ‘골목주민들’이 새겨져 있다. 지어진 지 100년가량 돼 낡은 채로 버려져 있던 여인숙을 개조해 말끔하고 아담하게 새로 단장한 게스트하우스다.
“여기 벌교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 청년 5명이 2015년에 모여 읍내에서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했어요. 태백산맥 문학기행도 하고 특산물 꼬막도 먹으러 오는 젊은이들과 여성들의 취향을 고려해 이들의 벌교체험 플랫폼 역할을 할 만한 장소를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죠. 읍내에 여기저기 폐가들을 매입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공방과 커피숍도 만들었습니다.”
평화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장건(47) 월곡영화골 사무총장의 말이다.
벌교읍내 곳곳에는 월곡영화골이 폐가를 개조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공방·카페가 10곳에 이른다. 마을기업에는 주주로 벌교 주민 13명이 참여한다. 월곡영화골은 한국전력이 2019년 9월~2020년 8월까지 벌인 ‘사회적 경제 조직 크라우드펀딩 지원’ 제3기 사업에 참여해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모았다.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조직의 판로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가치소비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한전은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펀딩 수행을 위한 사전 교육과 콘텐츠 제작을 도왔다.
장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어디든 여행이 멈춰버려 월곡영화골에 근무하는 7명에게 적은 월급조차 주기 힘들었는데 펀딩 받은 재원으로 버틸 수 있었다”며 “언젠가 코로나19가 끝나면 벌교에 가족여행 오라는 취지로 펀딩을 독려했더니 전국 곳곳에서 수십 만 원짜리 펀드에 참여한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 참가 기업 중 펀딩 비용 1위를 달성해 한전에서 상금 1000만 원을 받았다. 게스트하우스 입구 한쪽에는 한전KDN에서 ‘마을기업 스마트화 지원사업’으로 받은 무인단말기 한 대가 설치돼 있었다. “직원이 자리를 비우고 없을 때 무인단말기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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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으로 청년 일자리 만들어져”
그런데 왜 월곡영화골일까? 이곳 문화 마을에는 집집마다 영화 포스터가 담벼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장 씨 등 친구 몇몇은 마을기업을 시작할 때 관광객 누구나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벌교를 주제로 스토리를 엮어보기로 했다. 영화를 콘셉트로 채택한 것이다.
“2016년부터 마을의 낡은 담벼락에 영화를 주제로 한 특색 있는 벽화 드로잉을 그렸어요. 벽화 영화마을을 전국에 알리려고 수백 만 원의 큰 상금을 내걸고 2017년에 전국 대학생 벽화 대회를 열어 25개 대학 미술학생들이 참여했어요. 2019년에는 40개 대학으로 늘었습니다.”
장 씨는 “청년들을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고 무엇보다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면 이곳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각종 마을기업 지원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풀리면 읍내 태백산맥길에 플리마켓 거리를 만들어 벌교의 지역 자산인 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결합한 재미있는 볼거리도 제공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장터를 열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
월곡영화골은 벌교읍내 약 20개 카페와 약 30개 꼬막식당을 안내하는 벌교 스토리 책자도 제작했다.
조계완 기자
마을마다 ‘마을기업’ 하나씩 10년간 3500개로 늘린다
2030년까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지역 공동체 회복에 큰 역할을 할 ‘마을기업’이 모든 마을에 생긴다.
행정안전부는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확정하고 ‘1마을 1마을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 문제 해결 및 소득·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한 마을 단위 기업으로 2011년 처음 선보인 이래 2021년 6월 현재 전국에서 1556개가 운영되고 있다. 행안부는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통해 공동체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전국 모든 마을에 마을기업을 만들어 향후 10년 동안 마을기업을 3500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함께일하는재단은 한전KDN과 함께 마을기업의 정보기술(IT) 환경을 개선하는 ‘마을기업 스마트화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IT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제품 개발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확대되면서 각종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 체제를 개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물적·인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마을기업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도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함께일하는재단과 한전KDN은 마을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스마트화 지원 특화사업을 수행하기로 협약을 맺고 2020년 9월에 제1차 지원사업에 나섰다. 1차 지원에서는 결제용 포스(POS)기 및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재고관리기 등 IT 기기를 지원(400만 원 상당)받는 부문에 4개 마을기업, 누리집 구축 등 IT 솔루션 지원(600만 원 상당)받는 부문에 4개 마을기업 등 모두 8개 마을기업이 선정됐다. 마을기업 스마트화 지원 2차 사업은 2021년 5월에 모집 공고(모집 대상은 전국)를 냈고 서류심사를 거쳐 총 14개 마을기업이 현장실사 대상 기업으로 뽑혔다. 앞으로 현장실사를 거친 뒤 2021년 10월 말 최종 심사를 통해 8개 기업이 선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