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더 테라스'는 도전하는 청춘입니다 - 카페창업 라운드 프로젝트 1기팀 인터뷰 (사회연대은행)
2020년 2월 청년 카페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더 테라스’가 혜화동 알파라운드 1층에 문을 연 후 카페창업 라운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이 직접 카페 ‘더 테라스’를 운영하며 경험을 쌓고 노하우도 전수받는 이 프로젝트는 사회연대은행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함께 추진하는 청년통합지원사업의 일환입니다. 1기 팀원으로 참여했던 바리스타 피터 님과 파티셰 제하람 님이 어느덧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더 큰 꿈을 향해 떠나게 되었습니다. 늘 밝은 미소와 정성들여 준비한 메뉴로 알파라운드 식구들과 고객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더 테라스’ 1기팀으로 선발되어 지난 1년 동안 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그간의 감회나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피터 :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특히 자영업자에게 힘든 시기였고, 저희도 카페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악조건에서 분투하며 한 뼘 더 성장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기회를 마련해주신 알파라운드 운영진에 감사드립니다.
하람 : 건축업계에서 근무하다 전업 후 파티셰로서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이 이곳 ‘더 테라스’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첫 현장을 겪은 소중한 공간을 지원해주신 알파라운드 운영진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처음 카페 창업을 꿈꾸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피터 : 카페 창업을 꿈꾸기 전 개발도상국 청년 일자리 이슈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업종에 종사했었습니다. 개발현장에 자주 나가다 문득 카페 운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도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졸업한 대학교 내에 위치한 카페를 직접 운영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메뉴, 공간, 아르바이트 관리 등 카페 업무를 처음 배웠습니다. 제가 직접 기획한 음료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분들과 직접 만나며 행복을 느끼는 과정에서 확신을 얻고 곧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대학교 카페 운영이 제 역량으로 기존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면 ‘더 테라스’ 운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만의 사업을 새로 만들어가는 여정이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는 도전이었습니다.
하람 : 워낙 케이크와 빵을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취미삼아 책과 유튜브로 독학 후 제과류를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어 지인과 친구들에게 선물해주었는데 그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그 순간이 파티셰 전업의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한편 저는 예전부터 마을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컸고, 공동체를 이루어 일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저도 카페가 공동체 구성원의 소통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비슷한 꿈을 가진 피터님과 카페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과정을 통해 ‘더 테라스’의 운영을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피터 : HBM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청년 외식창업 육성사업’ 담당 직원으로 근무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회연대은행이 HBM사회적협동조합과 협력해 청년창업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카페 ‘더 테라스’를 열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본격적인 카페 창업 전에 수익모델을 창출해볼 수 있는 실전경험이 절실했기 때문에 1기 운영진 지원 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하람 :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피터 님의 추천으로 ‘더 테라스’에서 파티셰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근무 전에는 알파라운드가 어떤 사업들을 통해 청년자립을 지원하고 있는지 잘 몰랐지만 점점 알게 되면서 ‘더 테라스’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Q. ‘더 테라스’ 운영 초기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피터 : 첫 난관은 ‘더 테라스’ 1기팀으로 선발된 후 운영 전까지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외식창업 육성사업 진행 시 창업자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준비를 마치고 사업에 참여합니다. 저희의 경우 2~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카페 운영 전반의 기획을 끝내야 했던 상황이라 처음에는 시간의 압박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브랜딩, 컨셉, 메뉴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카페 창업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업모델 컨셉 기획과 영업을 함께 맡았던 이중고도 초기에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음료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컸는데 영업을 겸하다 보니 초반에는 맛있는 음료 개발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두 업무를 원활히 병행하게 되었고 ‘청춘 크림 라떼’ 등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시그니처 음료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하람 : ‘더 테라스’는 전문 베이커리가 아닌 카페였기 때문에 제가 파티셰로서 꿈꿔온 메뉴들을 모두 시도하기에는 다소 공간적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정성껏 만든 디저트들이 고객과 알파라운드 운영진에게 큰 호평을 받아 뿌듯했습니다.
Q. ‘더 테라스’를 운영하시며 카페운영 컨설팅, 사업 모델링 등 다양한 지원을 받으셨는데요. 어떤 지원이 특히 운영에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피터 : 알파라운드 입주사와의 협업프로젝트 기회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농부가 재배한 제철 과일로 셰프가 만든 디저트를 농부와 소비자가 함께 맛보는 'Connect to nature' 행사를 농사펀드(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농부가 좋은 먹거리 생산에만 집중하도록 돕는 온라인 유통채널 기업)와 함께 '더 테라스'에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참신한 컨셉의 소셜다이닝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더 테라스’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저희는 행사에서 제철과일을 활용한 콜라보 메뉴, 제가 직접 블렌딩한 티를 제공했는데 참석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루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실전 경험은 오직 알파라운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Q. ‘더 테라스’ 운영 중 있었던 특별하거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피터 :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첫째는 파트너들과 카페를 운영했던 과정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비건 아이스크림 브랜드 ‘서리’ 직원들, 하반기에는 파티셰 하람 님과 같이 일했습니다. 각자 추구하는 브랜드의 결이 달랐지만 서로 신뢰하고 공감하며 함께 사업 내용을 조율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최고의 협업 훈련이었습니다. 이질적 분야를 담당한 팀원과 조화를 이루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고객분들과 교감했던 경험입니다. 고객분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카페 운영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한 분씩 마주할 때마다 진심으로 대해드렸는데 그 덕분인지 ‘더 테라스’를 자주 찾는 단골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근 회사 직원 중 매일 오시는 분들은 단순히 저희 음료만 찾으시는 게 아니라 카페 공간 자체를 즐기시고 누리셨습니다. 그분들의 일상 풍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늘 ‘더 테라스’가 녹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Q. 공정무역 커피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아름다운커피가 카페 운영의 전반을 조력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셨는지 궁금합니다.
피터 : 저는 ‘더 테라스’ 근무 이전에도 공정무역의 지지자였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다국적기업의 노동력 착취로 제3세계 생산자가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현지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테라스’에서 공정무역 커피 원두를 직접 사용해본 건 제게 더욱 의미있는 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정무역 커피를 카페 운영 원칙의 우선순위로 삼을 때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공정무역 커피 판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도 중요하지만 고객분들은 맛을 기준으로 커피를 평가하시기 때문입니다. 향후 카페 창업 시 공정무역 커피 원두와 다른 원두를 함께 쓰며 다양한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해보고자 합니다.
Q. 향후 카페 창업 계획을 들려주세요.
피터 : 하람 님과 포항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파는 카페를 창업할 예정입니다. ‘더 테라스’를 운영하며 커피만 판매할 때보다 커피와 디저트를 접목한 메뉴를 선보였을 때 고객들의 반응이 더 뜨거워지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있고 저도 전문성을 연마하고 싶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고 3년 뒤 정식으로 매장을 열 계획입니다. 그 때까지 원두, 로스팅, 스페셜 티를 더 자세히 배우고 브랜딩 기획, 고객층 분석, 메뉴 준비까지 마치려 합니다. 최근 많은 디저트 카페가 고급의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그만큼 커피에 공을 들인 곳은 찾기 힘듭니다. 따라서 저희는 커피와 디저트 모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하람 : 저는 3년 후 카페를 창업하기 전까지 포항에서 프로토타입 형식의 디저트 매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주로 배송 위주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므로 작은 매장을 구하거나 공유주방을 활용하려 합니다.
Q. 앞으로 카페 운영 시 ‘더 테라스’에서 익힌 노하우 중 어떤 노하우가 가장 유용할지 말씀해주세요.
피터 :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메뉴를 만드는 노하우입니다. 운영을 시작하며 한 달에 한 번 메뉴를 바꾸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반응이 안 좋은 메뉴는 바로 빼고 고객분들이 선호하는 메뉴만 유지하는 식입니다. 시장에서 검증된 시그니처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면 나중에 창업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아닌 고객 기준으로 메뉴를 개발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저는 덜 달고 담백한 맛을 즐기지만 고객분들이 자극적인 맛을 선호했기 때문에 후자를 기준으로 레시피를 만들어나갔고 연달아 고객분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CS 스킬입니다. 처음 고객분들이 카페에 오셨을 때 환대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그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건 다소 어려웠습니다. 알파라운드 운영진의 김영숙 팀장님과 신혜영 과장님이 이 부분에 관해 유용한 조언을 많이 건네주셨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고객 응대 상황에 맞는 CS 노하우를 익혀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Q. 곧 운영을 맡을 2기팀에 전하시고 싶은 조언이나 팁을 들려주세요.
피터 : 2기 운영진으로 오실 분들이 저희보다 더 잘하실 것 같아서 조언을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웃음) ‘더 테라스’가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에 위치해 있고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객 수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 조급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자신이 꿈꾸던 사업을 천천히 실험해보는 기회로 활용하시면 오히려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예컨대 내 브랜드의 가치와 색깔, 내 커피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타겟 고객층 등을 고민하며 내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장기적으로 사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람 : 신규 고객층 발굴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의 지속적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근 회사 직원 등 자주 들르시는 고객분들의 얼굴을 익히시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Q. ‘더 테라스’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두 글자로 표현해주세요.
피터 : ‘더 테라스’는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춘은 아직 앞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삶의 내공도 덜 쌓인 미완의 상태지만 그 시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카페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늘 이 시기의 소중함을 마음깊이 되새기곤 했습니다. 또 바쁜 일상 중에 카페 ‘더 테라스’에 방문하신 고객분들에게도 청춘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해드리고자 노력하며 제 자신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람 : ‘더 테라스’는 제게 ‘도전’입니다. 파티셰로 진로를 바꾼 후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더 테라스’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후 정면으로 마주한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제게 더욱 의미가 깊은 공간입니다.
Q. 알파라운드 운영진과 입주사에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피터 : 늘 저희를 아껴주시고 매일 마주치며 정도 많이 든 알파라운드 운영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운영진에게 받은 사랑과 조언이 앞으로의 도전에 많은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알파라운드 입주사분들에게도 응원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시겠지만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람 : ‘더 테라스’를 자주 방문해 음료를 마시고 디저트를 드시며 기뻐해주신 알파라운드 운영진과 입주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늘은 다른 곳에서 커피를 마시느라 ‘더 테라스’에 못 들렀다고 죄송해하시던 입주사분이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곳에서의 따뜻했던 시간을 언제까지나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