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개] 유령 잡는 고스트버스터즈처럼 1회용 쓰레기를 잡습니다 (에일리와이낫)
목 빠지도록 기다린 택배·얼음 가득한 카페 음료·입만 준비하면 끝인 배달 음식.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직접 내 손으로 만들거나 매장을 방문하는 수고를 덜한다. 둘째, 지구를 황폐하게 만든다. 택배 포장으로 쓰이는 비닐과 포장용 음료·음식 용기들은 대부분 1회용품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2020년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2019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1회용품 환경 문제. 일회용품이라는 ‘악당’ 전담 영웅들이 등장했다. 바로 1회용품 대체 서비스 제공 회사 ‘트래쉬 버스터즈’다. 영웅들은 어떻게 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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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모인 사람들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트래쉬 버스터즈 공동창업자, CBO(Cheif Brand Officer, 디자인·브랜드 총괄) 최안나(34)입니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다회용품 대여 시스템을 운영 중이에요. 사내 카페·축제·단체 도시락 배달 등 일회용품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 다회용기를 대여해줍니다. 이후 저희 자체 시스템으로 수거와 세척 과정을 거쳐 또 다른 곳에 빌려줘요. 한 마디로 1회용품 제로 솔루션과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는 곳입니다.”
- 트래쉬 버스터즈, 회사 이름이 특이해요. 작명 배경이 궁금합니다.
“1980년대 흥행했던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오마쥬했어요. 영화 속 주인공들은 유쾌하고 트렌디하게 유령을 잡으러 다니는데요. 저희도 그렇게 1회용 쓰레기를 잡으러 다녀보자, 하고 이름 지었습니다.”
- 트래쉬 버스터즈에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 창업자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모이셨나요.
“저희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스터디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브랜딩·상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저와 축제기획자 곽재원 대표·브랜드 컨설턴트 김재관 이사·설치 작가 곽동열 이사가 모였죠. 축제나 행사가 끝난 뒤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1회용 쓰레기 더미를 보며 항상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서울시의 1회용품 사용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문에는 축제와 관련한 규제가 없었어요. 따라서 사각지대인 축제 1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해 창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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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품은 위생이 안 좋다? 식품안전기준 수치의 1/10
- 1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품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트래쉬 버스터즈 용기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의견이 갈릴 것 같아요.
“기존 푸드트럭 다회용기 300여종을 분석하고 시범 운영한 행사에서 서비스를 운영해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렇게 저희만의 표준 다회용기를 만들었습니다. 트래쉬 버스터즈 용기는 pp(폴리프로필렌)로 만들어졌는데요. pp를 선택한 이유는 인체에 무해하고 휴대성이 좋아서예요. 사실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순환이 되지 않는 점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공장을 찾아 용기가 훼손당했을 때 원재료로 다시 재생할 수 있도록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 기업이나 행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사용하는 다회용기 단위가 클 것 같아요. 위생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서비스 제공 후 사용한 다회용기는 세척장으로 옮겨옵니다. 전처리 후 초음파 세척기로 이물질을 제거한 후 헹굼·플라이트 세척기에서 고온·고압 세척 후 UV 열풍건조기 살균 과정을 거쳐요. 이후 압축 포장을 해 서비스 장소로 이동합니다. 다회용 식기의 오염도 테스트 결과는 식품 안전 기준인 200RLU보다 낮은 19RLU였어요.”
- 행사를 넘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일상 영역까지 확장 중인 트래쉬 버스터즈. 이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스템이 바뀌니까 다회용기 사용이 이렇게 편리하다고?' '내가 힘을 크게 들이지 않았는데도 쓰레기 감소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라는 반응입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개인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1회용보다 더 편하게 다회용 식기를 사용할 수 있죠. 평소처럼 컵을 쓰지만 1회용 대신 다회용 컵이 구비가 되어 있어서 사용했을 뿐인데, 수많은 양의 1회용 컵을 줄이게 되니까 경험해 보신 분들은 다들 긍정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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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ESG 경영과 용기내 챌린지
- 창업과 동시에 터져버린 코로나19로 회사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고요.
“코로나19로 정말 큰 영향을 받았죠. 2020년 1월 31일에 출시를 했고, 출시 하자마자 전국 대형 축제 300~400개 예약 건이 다 취소됐습니다. 세 달간 미팅 다니고 또 세 달간 취소 전화를 받기도 했죠. 축제에서 1회용품이 사용될 일이 없었어요. 대신 배달 시장에서 1회용품 사용량이 늘었습니다. 최근 용기내 챌린지(직접 용기를 챙겨 음식을 포장한 뒤 SNS에 인증하는 챌린지)가 유행인 것 처럼 다회용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어요. 트래쉬 버스터즈 활동들이 전파되는데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해요.”
- 환경보호라는 취지는 긍정하나 수익 면에선 돈 벌기 어려울 거라는 반응이 컸을 것 같아요.
“맞아요. 취지만 좋아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유지가 힘들죠. 다만 돈이 되기 어렵다는 측면은 환경운동으로서의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입니다. 현재 어느 시장보다 가능성과 확장성이 큰 시장이며 돈도 함께 따라올 것으로 예상해요. 트래쉬 버스터즈는 작년 대비 600%의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지난 4월에 오픈한 KT 사내카페 다회용 컵 렌탈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지만, 기존에 없던 서비스 모델이라서 도입에 망설였던 곳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KT에서 도입을 시작한 이후로 기업 내 1회용품 줄이기에 대한 솔루션으로 트래쉬 버스터즈를 더 많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저희 입장에서도 기업과의 협업이 굉장히 뜻깊은 시작이었어요.”
- KT 협업 외로 또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현재 트래쉬 버스터즈는 GS타워 강남 사옥이나 사내카페·탕비실, 단체도시락·행사·축제 등에 다회용 식기를 렌탈해드리고 있습니다. 또 강북구에서 젤 타입의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2021년 상반기에만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관련해 기업과 협업(예정)한 프로젝트 수만 5개 이상입니다. 출시 이후 2021년 4월까지 1회용 쓰레기 6만4423개를 절약했습니다.”
* ESG 경영: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생각하는 경영.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염두해 의사 결정을 한다.
- 앞으로 트래쉬 버스터즈의 목표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큰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시민들이 행동하기 쉽거든요. 1회용품과의 경쟁은 편리함과의 경쟁입니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다회용기를 1회용품만큼 쓰기 쉬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죠. 개인에게 그 책임을 지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1회용품을 쓰지 않는 문화를 만들 계획이에요. ‘1회용품 없는 생활이 가능해?’라고 묻는다면 트래쉬 버스터즈는 '별거 아니잖아, It’s not a big deal!’라고 대답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