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버려지는 톱밥, 나뭇결 살린 접시로…이 역시 ‘3D프린팅' (2021.05.10) | 한겨레
[세상을 바꾸는 생각]
원하는 모양 뚝딱…다양한 나뭇결, 색상, 옹이 가능
몇년 전 과학자들이 위성 이미지, 지상 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구에는 3조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 이 가운데 해마다 150억그루가 벌목돼 사라진다. 벌목되는 나무의 상당 부분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미국에서 버려지는 목재 폐기물만 해도 한 해 수억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나무의 주성분 가운데 하나인 리그닌과 나무를 켤 때 나오는 톱밥으로 가구나 목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의 산업용 3D 프린팅 업체인 데스크톱 메탈(Desktop Metal)이 버려지는 목재 부산물을 활용하자는 생각에, 포러스트(Forust)란 자회사를 통해 2019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개발한 기술이다.
나무로 뭔가를 만들려면 나무를 잘라내 원하는 모양으로 다시 깎고 다듬는 해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데스크톱 메탈의 대표 릭 풀럽은 “우리가 하려는 것은 해체된 나무를 다시 맞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목재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벌목 위기에 처한 많은 나무를 구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러스트에 따르면 목재 3D 프린팅은 톱밥을 재료로, 리그닌이 포함된 무독성 에폭시 수지를 접합재로 사용한다. 이 회사가 특허를 갖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층층이 결을 쌓아가며 목재 제품을 완성하는데, 나무 조각들을 접착제로 압착한 합판과 달리 일반 목재와 똑같이 마감질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3D프린팅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의 목재 제품을 폐기물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포러스트 설립자 중 한 사람인 버지니아 샌 프타렐로(Virginia San Fratello) 산호세주립대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목공예 장인이 몇주에 걸쳐 힘들게 수고를 해야 하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로즈우드, 마호가니 등 거의 모든 형태의 나뭇결, 색상, 옹이를 재현할 수 있다. 물론 결이 없는 제품도 가능하다.
이 기술의 또 하나의 장점은, 다 쓰고 난 제품을 또 다시 목대 3D 프린팅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러스트의 앤드루 제프리(Andrew Jeffery) 대표는 “목재 제품의 수명이 다하면 고객은 일반 목재 제품처럼 생분해되도록 하거나 다시 목재 제품 재료로 활용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진정한 순환 제조 공정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중엔 천연 나무의 품질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료를 넣어, 더욱 뛰어난 소리를 내는 기타 등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포러스트는 현재 온라인을 통해 톱밥으로 만든 접시, 바구니, 주발 등을 주문받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건축가 윌리엄 맥도나우는 포러스트의 기술을 마법에 비유했다. 그는 “포러스트의 기술은 SF작가 아서 클라크의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며 “버려지는 천연 재료를 사용한 목재 3D 프린팅 기술은 잠재력이 엄청난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앞서 올해 초 미국 MIT 과학자들은 식물 세포를 배양해 목재를 만드는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기술을 더욱 개발하면 포러스트와는 또 다른 방식의 3D 프린팅 목재 기술이 탄생하게 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