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주민의 욕구를 통역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도시재생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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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주민의 욕구를 통역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도시재생 전문가가 필요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Ⅰ. 전국을 달구고 있는 ‘문화도시’ 사업, 어떻게 이루어지나?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해 새롭게 시작된 문화도시 사업이 다시금 ‘도시재생’

이라는 화두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문화도시 사업이 이전 사업들과 차별성을 가지는 점은 지역 스스로가 문화도시를 충분히 준비하여 지정받을 수 있도록, 그야말로 ‘과정’이 중요한 사업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일 터이다. 문화도시 지정까지 가기 위해서는 1) 지정신청 2) 조성계획 검토-승인 3) 예비사업 실행-관리 4) 지정심의 5) 지정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을 거쳐서 숙성이 되어야 비로소 5년 간 (최대) 2백억 지원이라는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사업추진 거버넌스 구성에 있어서도 [1단계] 도시문화 네트워크–공유테이블, [2

단계] 도시문화협의체–문화도시 사무국, [3단계] 도시문화경영전문조직–문화도시센터와 같이 사업추진단계에 맞추어 진화하는 거버넌스 구조로 구성 및 운영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8.05)


대관절 ‘도시재생’이 무엇이관대 이렇게 복잡한 절차와 구조, 거기다가 막대한 예산까

지 투입되어야 하는 것일까?


Ⅱ. 도시재생에 있어 ‘시민참여’의 중요성


도시재생은 2000년대 이후 구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 등을 통하여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또한 도시재생의 목적은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것(볼드체 강조: 필자)”에 있다.


여”가 될 것이다. 조은영 외(2018)는 도시재생에 있어 시민참여의 의미와 역할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시민참여는 과거 관주도적인 도시계획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으며,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보다 정당성이 높고 합리적인 공적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시민들은 상호토론과 협상을 통해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관용, 배려, 시민적 권리와 책임을 학습할 수 있고 시민 간의 자발적인 네트워크의 확립, 시민의식 강화, 정치적 참여의 증가 등으로 연결되어 지속적인 시민참여 문화를 위한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셋째,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시민들이 도시재생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적인 정책결정에 참여하여, 공동의 이익을 함께 모색함으로써 시민 간 혹은 시민과 행정간의 갈등을 조정 및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시민 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합의를 바탕으로 설계된 정책은 이후 집행 단계에서 다수의 시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으며,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는 정당성,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책의 공공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위로서의 시민참여와 현실적 시민참여 사이의 간극은 말할 나위 없이 큰 것이 사실이다. 도시재생의 주체로 참여해야 할 시민을 찾아 헤매는 주관기관과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는 주민들을 연결해줘야 하는 역할, 그것이 이른바 “도시재생 전문가”일 것이며 그 역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Ⅲ. “도시재생 전문가”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도시재생 전문가”란 어떤 사람들을 뜻할까? 그간 도시재생 관련하여 일해 온 외부 전문가들의 전문영역을 살펴보자. 이들은 크게


1) 도시계획이나 지역계획 그리고 건축ㆍ조경분야의 기술전문가

2) 마을만들기, 주민참여 등에 참여하던 시민운동가

3) 벽화그리기나 문화공간조성 사업을 주도한 예술가나 문화단체 종사자

4) 도시재생 관련 분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도시재생을 전업으로 담당한 전업전문가로는 도시재생 코디네이터와 도시재생 총괄 코디네이터가 있다. 이들 코디네이터들은 도시재생 대상 지역의 문제점 및 가치를 인식하고 주민들을 도시재생이라는 목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동기부여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축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조직구성 지원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지역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비전제시자’, 그리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의견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최봉문, 2020)

다른 말로 하자면 도시재생에는 건축, 조경 분야의 기술적 전문성과 시민운동가로서의 전문성, 예술적 재능과 행정적 역량에다가 주민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조직을 구성하며 비전 제시 및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필요하다는 말이 되겠다.


문화도시 사업을 비롯하여 도시재생 관련된 다양한 필요성과 요구가 증대하면서 도시재생 전문가를 어떻게 키워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떤 정보 사이트에서는 도시재생 관련하여 일하고 싶으면 도시공학과, 도시지역계획학과, 도시환경학과, 도시계획과, 지역개발학과, 교통공학과, 건설도시공학과, 도시정보공학과, 도시계획공학과, 조경학, 건축학, 경영학, 사회학 등을 공부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또한 직업으로서의 도시재생 전문가의 가능성을 점치면서 자격증 혹은 인증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염려되는 바는 도시재생 전문가라는 역할이 자격증이나 인증을 통해 획득되는 것으로 자리 잡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지식의 습득과 기술의 획득을 뛰어넘는 ‘주민에 대한 마음 공부’가 필요한 것이 도시재생에 있어 필요한 역량인 바, 지금부터는 그 역량을 발휘한 도시재생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Ⅳ.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의 도시재생 전문가로서의 역할


오후 3시, 은행이 문을 닫으면 그 앞에서 요구르트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는 목제 접이식 의자 뒷다리를 은행 계단 높이에 맞춰 잘라내고 자신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제대로 만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자리를 잡으면 여기저기서 그 지역 노인들이 모여든다. 정작 요구르트는 그닥 많이 팔리지 않지만 아주머니와 그녀의 ‘손님’들은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이 아주머니가 없었다면 집 밖으로 나올 이유를 찾지 못했을 지도 모를 노인의 미소 띤 얼굴에서 사람들은 요구르트를 파는 일을 넘어 지역 복지에 일조하는 중책을 담당한 아주머니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귀한 역할을 하는 이들을 ‘발견’해내는 사람… 그가 바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이다.


야마자키 료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 그러니까 조경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다. 곧 앞서 언급한 도시재생 전문가들이 공부할 법한 분야를 전공한 것이다. 그런 그가 ‘커뮤니티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박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이라는 말이 비록 우리에게는 낯설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그 용어는 이미 1960년 무렵 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이고 주로 뉴타운 건설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다고 한다. 뉴타운에 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면서 양질의 교류를 하기 위해 주택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사용하는 광장이나 집회장은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 예전의 커뮤니티 디자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모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만 있으면 사람들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발상으로 공간 마련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사람은 꿀벌이나 개미가 아닌 지라 아무리 잘 계획된 주택지와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의 질 높은 교류’는 점점 사라져갔다. 우울증 환자, 자살자, 고독사, 지역 활동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는 정년퇴직자 등… 젊은이들은 집과 직장, 그리고 학교를 벗어나면 가상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관계를 맺었다. 이런 현상은 한국과 너무나 유사하다. 야마자키 료는 이런 문제들이 더 이상 주택 배치 계획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가지고 조경 디자이너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1. 주민 ‘바램’의 전문적 ‘통역’: 제재소를 공원이 아닌 ‘가구 만들기’ 캠프로 만들다


2006년 야마자키 료는 일본 이가 시에서 열린 마을 만들기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가는 닌자의 마을로 유명해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닌자 옷을 입고 있을 정도로 닌자 마을로서의 자부심이 넘치는 곳이었다. 야마자키 료는 그 중 한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야마자키 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건넸다. 예순을 넘긴 나이의 남편이 경영하고 있는 제재소의 문을 닫고자 하는데 이 터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부부의 이름을 딴 ‘호즈미 제재소’는 역 바로 앞에 위치한 곳으로, 이제까지 부부가 경영해왔지만 문을 닫고 역 앞 공원으로 만들어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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