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최저 수수료에 입점했다가 유혈경쟁…네이버 쇼핑왕국의 비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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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최저 수수료에 입점했다가 유혈경쟁…네이버 쇼핑왕국의 비밀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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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의 컨슈머리포트


진입 문턱만 낮을 뿐…운영 비용 합치면 타 오픈마켓보다 높아

상위페이지에 올라가려면 포인트,쿠폰,키워드광고 등 마케팅 필수

"11번가,G마켓서 생존공식이 산수라면 네이버는 고차방정식"

네이버 "중소상인과 상생 모델 만들어"


‘초보 온라인 셀러’인 A씨는 지난달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동대문 등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신구와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네이버 쇼핑은 그에게 구명줄이 됐다. A씨는 “상품 이미지를 등록하고 있는데 벌써 주문이 들어온 일도 있었다”며 그 때의 감격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곧바로 한계가 찾아왔다. 네이버 화면 상단에 올라가지 않으니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네이버 상인’들의 단톡방에 사연을 올렸더니 답은 한결 같았다. “마케팅 비용 안 쓰고 기본만 하다간 개점휴업하기 십상이에요”


네이버가 강조하는 스마트스토어의 핵심은 ‘상생’이다. 네이버 매출의 대부분을 올려주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옥션 등 다른 오픈마켓보다 수수료를 대폭 낮춰 온라인 창업의 길을 터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 상인’들 사이에선 포인트·쿠폰 지급, 키워드 광고, 홈페이지 업그레이드용 알바 고용 등 점포 개설 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무늬만 업계 최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처음 시작은 쉽지만…


스마트스토어와 다른 오픈마켓B에서 온라인 점포를 운영 중인 C업체 사례를 통해 수수료 구조를 살펴봤다. 진입 장벽은 네이버 쇼핑이 훨씬 낮다. 네이버페이 등 카드 이용 명목으로 받은 스마트스토어의 수수료(거래금액 대비)는 3.74%다. 소비자가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들어와 구매가 발생했다면 해당 거래는 연동 수수료 2%가 추가된다. 소비자 대부분이 ‘네이버의 문(검색)’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에 들어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 수수료는 5.74%다.


네이버 외 다른 오픈마켓은 품목별로 수수료가 다르다. 쌀 등 곡식처럼 마진율이 낮은 품목은 3% 정도다. 수수료가 가장 높은 품목은 도서류로 대략 15%다. 신발, 의류를 취급하고 있는 C업체가 B사에 내는 수수료는 12% 수준이다.


‘네이버 상점’이 진입은 확실히 쉽지만, 운영 과정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B사에서 온라인 점포를 운영하면서 집행해야 할 광고는 두 가지다. 네이버 가격비교사이트 광고료 명목으로 내는 (1%)와 상품별로 5000~7000원 정도씩 내는 월정액광고다. C업체는 월정액광고로 대략 월 매출의 0.67%를 쓴다. 기본 수수료 12%에 마케팅 비용 1.67%를 더해 총 13.67%를 B사가 걷어가는 셈이다. 판매상의 월 매출을 3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410만원만 B사에 내면 된다.


이에 비해 ‘네이버 점포’는 운영을 위한 부대비용이 상당하다. 상위 페이지에 노출되려면 이것저것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구매 고객에게 N포인트 3%를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네이버가 내주는 1%를 제외한 나머지 2%는 판매상 부담이다. 판매업체 ‘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2%)도 필요하다. 여기에 키워드 광고(2%)까지 한다. 네이버 창을 통해 고객들이 들어오도록 광고를 하고, 실제 들어오면 연동 수수료까지 내고 있는 셈이다.


C업체 대표는 “스마트스토어는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상 페이지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도록 요구한다”며 “신상품을 계속 올리고 홈페이지를 단장하기 위해 알바를 고용하거나 대행사에 맡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C업체는 페이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월 매출의 3% 가량을 알바 고용에 쓴다. 결과적으로 C업체가 네이버에 지불하는 비용은 기본 수수료 5.74%와 마케팅 비용 9%를 합쳐 총 14.74%다. 월 매출 3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442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소상공인 구명줄 VS 덫


스마트스토어에서 1인 창업에 도전 중인 한 업체 대표는 “판매자가 오픈마켓에 입점하면 살아남기 위한 공식이 있다”며 “11번가나 G마켓은 산수 수준이지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고차 방정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은 이 같은 ‘초보 셀러’들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상위 페이지에 올라가야 판매가 잘된다는 게 기본인데 상위 페이지에 올라가려면 구매가 잘 되야 한다고 네이버는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생계가 걸린 문제라 절박한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네이버 상인’들이 리뷰 대행 등 마케팅 업체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매출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과의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른 오픈마켓들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방대한 구매 패턴을 분석해 판매자들을 위한 마케팅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네이버측 설명이다. 작년 4월엔 판매자가 일정 수수료를 내면 판매 대금을 선지급 받는 ‘퀵 에스크로’ 프로그램을 내놔 중소상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판매 금액의 0.02%만 수수료로 내면 상품을 발송한 바로 다음 날 판매대금의 80%를 받기 때문에 정산 주기를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현금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트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스마트스토어는 매월 성장일로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입점업체 수가 35만명을 넘어섰다. 2위와 3위인 이베이코리아(옥션과 G마켓 운영, 약 20만개)와 11번가(약 10만개)를 합친 것보다 많다. 월 평균 신규 점포 개설수도 2017년 1만3000개에서 올해(3~4월 기준)는 3만5000개로 급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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