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교 청소를 꼭 교사와 학생들이 해야 할까? (2021.02.14) | 오마이뉴스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교육과 인권침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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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누가 청소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내리고, 어느 중학생이 낸 진정에 대해 해당 학교에 청소 중단을 권고하였다. 관할 교육감에게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빙그레 웃음이 났다. 실은 이게 아주 오래된 문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정에서도 집안 청소 문제로 얼마나 갈등이 심한가 생각해 보면 된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하기 싫고 남이 하는 건 좋아서 생기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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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고전적 방법 중 하나가 지각을 하거나 다른 잘못을 한 아이들에게 벌을 주는 형태로 청소를 시키는 것이다. 근데 이 방법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개인에 따라서 청소 후 청결 상태의 질적 차이가 큰 법인데, 과연 벌로 청소하는 아이들에게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청소 상태가 보장될 것인가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게 하는 것만큼 세상에 힘든 일도 없는 법이다.
학교에서는 청소 구역을 두고 매년 갈등이 되풀이된다. 그 넓은 학교 전체를 학생들을 동원해 청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깨끗하게 하고 싶고, 청소를 해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다. 담임들은 자기네 반에 어려운 청소 구역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청소구역이 정해지면 교장이나 교감이 한 바퀴 순시한다. 지저분한 곳이 있으면 담당 청소구역 교사에게 청소 상태 점검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교사에게 학습 지도보다 잡무가 많다고 이야기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청소 업무다. 땡땡이를 치는 아이들도 많고,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이라 청소하는 자세 자체부터 가르쳐야 할 게 많다.
개인적으로 청소 지도할 때 빗자루 질부터 가르친다. 빗자루로 적당히 쓰는 게 아니라 힘을 주고 쓸 때와 그러지 않을 때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뭐든 성실히 해야 학교에서든 사회에 나가서든 너의 존재가 인정을 받는 거라 가르친다. 그럼 다음날 아이의 청소 성실도가 높아질까? 천만의 말씀. 그냥 도돌이표이다. 그냥 지치지 않고 또 가르치고 언젠가는 잘 하겠지 하면서 또 지도하는 게 교육이고 그게 교육의 어려움이다.
그러다 바빠서 아이들보고 알아서 하라 하면 청소는 개판 5분전이 되는 것이고,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갈등만 남긴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집안에서 자식들이나 집안 일 잘 안 하는 사람에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생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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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청소 논란과 '라떼는 말이야'
곧 있으면 새 학년이 시작된다. 아직도 남아 있는 학교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반 대항 환경미화심사를 한다. 직장으로 치면 새로운 업무 시작 전에 새 단장을 하는 건데, 학교에서는 방학 때 학생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새 학년이 시작되자마자 환경미화심사로 이걸 해결하는 것이다. 이걸 한번 하고 나면 선생님들이 팔 걷어붙이고 교실 꾸미기를 한다. 묘한 경쟁심리가 붙기 시작하면 학교 관리자가 원하는 학교 환경이 잘 만들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논란이 처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 학교 화장실 청소였다. 벌로 해결하기도 어렵고, 담당 학급을 정하자니 담임과 학생의 불만이 높다. 업무 배정을 하는 교사는 매년 이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해결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지금도 학교에는 환경미화 담당 교사가 있다.
과거 필자가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는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걸 갖고 소모적 논쟁을 매년 되풀이할 필요가 있냐고 문제제기하면서 망설이는 관리자에게 촉구하여 학교 예산을 확보하였던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조처였다.
약 10여 년 전에는 초등학교의 경우 국가 예산으로 화장실 청소 용역비를 책정하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1, 2학년을 데리고 화장실 청소할 생각을 해보시라. 그 고역이 말도 아니다. 차라리 혼자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문제는 이게 국회 예결산 특위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시비가 걸렸다는 점이다. 논리는 익히 예상되는 바였다. 학생들에게 청소를 하게 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인데 이걸 돈을 주고 청소를 시킨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다. '라떼는 말이야'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국회의원 중에 자기 집 청소는 둘째 치고, 자기 방 청소라도 손수 하시는 분이 몇 분이 될까를 궁금해 했었다.
몇 년 전 시설 좋기로 유명한 어느 자사고에 견학을 간 적이 있다. 부러웠던 것은 대학교 시설처럼 꾸며진 실험실이나 대학 도서관만큼의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이 아니었다. 대학교 강의실 같은 곳에서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 환경미화원 분들이었다. 갖고 있는 청소용구가 대기업 본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는 최고급 수준이었다. 나도 저런 도구로 학급과 교무실을 청소하고 싶다는 부러움.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처음 교직에 들어서서 개학 첫날 맡은 업무가 청소 용품 나
눠주기였다. 빗자루와 걸레, 쓰레받기 등을 나눠주는데, 나는 어리바리하였고, 경력 많으신 여선생님은 능수능란하였다. 세월이 오래 지나 경력이 쌓인 지금도 청소 지도는 가장 어려워하는 교직 업무 중 하나이다.
내가 맡은 곳은 늘 지저분하였고, 내 능력은 왜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교직 사회에선 청소 상태가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청소를 제대로 못 시키면 지도력이 떨어지고 교사가 성실하지 못한 것이라는 시선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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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담론 외에 실질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언젠가 미국 특파원 경험이 있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며 교사의 수업 부담을 비교한 적이 있다. 평면 비교를 하면 한국 교사의 수업 부담이 덜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식 시수에 들어가지 않는 조종례가 빠져 있고, 무엇보다 매일 해야 하는 청소지도가 빠져 있다. 이 두 업무만 해도 하루 근무 시간의 10%가 훨씬 넘는 분량을 차지한다. 좀 정성껏 할라치면 수치 이상의 업무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에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청소를 했던 기억이 모두들 있을 것이다. 이제 그런 일은 많이 사라졌지만, 어쩌다 학교 방문이나 큰 행사가 있으면 청소와 환경미화를 하면서 시간을 쏟는 일이 여전히 많다. 교무실 청소 상태를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대기업 사무실은 깨끗한데, 학생들 가르치는 교사들이 근무하는 교무실이 지저분해서야 쓰겠냐는 말을 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한마디 한 적이 있다.
"거기는 남들이 청소해주지, 자기가 하는 건 아니라서요. 교장선생님은 교장실 청소 직접 하시나요?"
개학하면 교무실 청소는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 시간이 아이들 청소 지도 시간과 똑같을 텐데, 교무실 청소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나다. 요즘은 교과교실에 특별실도 많이 생겼는데 학급당 인원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다. 과거보다 학생들을 데리고 청소를 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 담론을 이야기하다 보면 고교학점제 전망이나 2015개정교육과정 실태, 학생부 종합전형의 장단점 같은 걸 소재로 토론하면 뭔가 있어 보이고 위대한 걸 하는 것처럼 보여서 지식인들이 다들 한두 마디씩 보탠다. 그러나 이런 실질적인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많다. 여기다가 더해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면서 고담준론을 내세우면서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막아서는 광경도 초등 화장실 청소 국회논란처럼 많이 목도한다.
가끔 사회의 명사들이 TV에 나와 깔끔하게 정리된 서재 앞에서 촬영하며 사회를 위하여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광경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해본다.
저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서재는 매일 누가 청소를 하고 있을까?
학교는 궁금하지 않다. 학교 청소는 교사와 학생들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