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범 내려온다’ 6억뷰 뒤에 접시 깬 공무원 있다 (2021.04.12) | kakao 1b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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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접시 깨고 ‘범 내려온다’ 6억뷰 히트 만들었습니다”
| 세금체납자 비트코인 조사 400억 징수
|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 검사 만들어
| 국민이 뽑은 일 잘하는 공무원
공직 사회에는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한 데서 나온 말이다. 정총리는 작년 국무총리실 적극 행정 우수 직원에게 적극행정 접시를 수여하기도 했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정부 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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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뽑은 일 잘하는 공무원
사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포상하듯이 정부도 일 잘하는 공무원을 뽑는다. 인사혁신처는 2019년 8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소극행정을 근절하는 공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소극행정은 반대로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아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불편을 주는 행위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가 올해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적극행정 유공 포상'은 좀 특별하다. 후보자 추천뿐만 아니라 심사, 검증 등의 전 과정에 국민이 참여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적극행정을 펼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등 30명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포상 등급에 따라 특별승진이나 승급, 성과상여금 최고등급, 평정 시 가점, 교육훈련 우선선발 등 인사상 특전이 한 가지 이상 주어진다. 국민이 직접 뽑은 일 잘하는 공무원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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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뷰 기록한 ‘범 내려온다’ 영상 만든 직원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범 내려온다’ 신드롬을 만든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국 관광 해외 홍보 영상 ‘한국의 흥을 느껴보세요(Feel the Rhythm of Korea)’를 만든 한국관광공사 오충섭 브랜드마케팅 팀장이다. 인하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오 팀장는 지난 1996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을 유도하기 위해 바이럴(입소문)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을 보면 서울·부산·전주·강릉·목포·안동 등 지역을 배경으로 댄서들이 맥락없이 춤을 춘다.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건 중독성 강한 국악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춤 사위. 2020년 7월 올라온 홍보 영상은 총 누적 조회수 6억뷰를 기록했다. 영상이 올라왔던 초반에 외국인이 남긴 댓글이 수천 건에 달했다. 이후 영상 속 춤을 따라 추는 커버 댄스가 올라오거나 ‘1일 1범’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광고제인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에서 뮤직 부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 팀장은 식상한 한류 아이돌 영상 대신 맥락도 없이 춤을 추는 B급 감성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당시 유명하지 않았던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를 기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보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제작 비용은 한류 스타를 썼을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했다. ‘범 내려온다’ 이후 이날치는 ‘조선 힙스터’, ‘K조선 아이돌’, ‘국힙’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오 팀장은 적극행정 수상과 관련해 “수상이 기쁘지만 코로나19로 국내 관광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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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하나로 예산 절감까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재사용하는 제도도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청소행정과 최병옥 주무관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한 번 쓴 아이스팩을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재처리한 뒤 백화점이나 인근 시장 등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식품을 신선하게 유통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스팩을 연간 2억개 정도 쓴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아이스팩 사용량도 늘었다. 아이스팩은 쓰고 난 다음 처리하기 힘들다. 아이스팩에 들어있는 아이스젤이 플라스틱 성분이어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싱크대나 하수구에 버리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아이스팩 재사용 시스템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스팩 20만1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t을 줄였다.
황병광 국세청 국세조사관은 400억원에 가까운 체납세금을 거둬들였다. 고액 체납자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보유내역을 조사해 은닉 재산을 징수한 것이다. 정부가 처음으로 암호화폐 은닉 재산 추적을 시도한 것이다. 성과가 컸다. 고액 체납자 2416명의 암호화폐 자산을 적발해 366억원을 징수했다. 황 조사관은 국세청 내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국세청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 인트라넷 내에 각종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 그는 “전국 1800여명의 체납 추적요원들이 들어와있는 커뮤니티에 ‘비트코인에 자산을 은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며 “실제로 가능성이 꽤 있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에 대한 자산 압류 및 징세 조사가 가능해진 점도 한 몫 했다. 2018년 대법원은 비트코인을 압류 가능한 무형 자산으로 분류했다. 덕분에 범죄에 이용된 비트코인을 정부가 압류할 수 있다. 또 작년 3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액 거래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기에 쉽지는 않았다. 황 조사관은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고액체납자의 암호화폐 보유 현황은 거래소 협조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도 법적으로 자료 요청은 가능하지만 자료 제출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여러 차례 방문해 설득한 끝에 거래소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황 조사관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지만 최근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투자 자산으로 인정 받으면서 새로운 은닉처가 되고 있다”며 “세무 당국의 손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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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K-방역 알린 주인공들
코로나19 방역에 앞장 선 공무원들도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비대면 진료, 드라이브 스루 체계를 만든 공무원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서기관은 비대면 진료 제도를 도입해 국민과 의료진 건강을 보호했다. 당초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반대했다. 하지만 유 서기관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비대면 진료를 시도할 수 있었다. 전화 등을 통한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안현 덕양구보건소 소장과 정재선 일자리정책과 과장은 코로나19 대표적인 방역시스템 ‘안심카 선별진료소’로 정부 포상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운영한 ‘고양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차를 탄 채로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10분이면 검사가 끝나 2차 감염에 안전하다. 고양시는 기초지자체에서는 유일하게 2명 이상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코로나19하면 빠질 수 없는 건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재난지원금을 내가 쓰는 카드로 바로 받을 수 있게 한 사람은 행정안전부 이빌립 서기관이다. 이 서기관은 민간카드사와 온라인으로 연계해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신속히 지급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덕분에 오프라인 접수 창구에서 줄 서는 것을 막고 국민들이 간편하게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또 예산 565억원을 절감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는 이번 공로로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특승했다.
글 jobsN 정혜인 jobarajo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