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주민들과 함께한 ‘도시재생’… 종로 창신·숭인 확 달라졌다 (2021.03.29)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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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주민들과 함께한 ‘도시재생’… 종로 창신·숭인 확 달라졌다 (2021.03.29) | 국민일보

| 낡은 주택·좁고 경사진 골목길

| 서울시·SH 직원들 현장서 지원

| 시민과 소통하며 정비사업 진행

| 지역재생조합, 자생 구심점으로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인 종로구 ‘창신·숭인’은 주거 산업 문화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동대문시장 배후단지로 봉제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고,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단종 왕비 정순왕후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옛 한양도성의 원형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후화된 주택과 좁고 경사진 골목길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도시정비의 필요성이 높았다. 이에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주민반대로 해제된 뒤 그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왔다.


창신·숭인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해 2014년 5월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같은해 7월 창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장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센터에는 총괄코디네이터(센터장), 공동체 코디네이터, 활성화계획 수립 용역팀과 같은 전문가와 행정(종로구) 및 지원기관(SH공사)의 인력이 상주하면서 현장의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을 진행했다.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은 주거환경개선, 지역경제활성화, 역사문화자원화 등 3개 분야 12개 단위사업으로 구성됐다.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노후화된 주거환경 개선이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지원한 마중물 사업은 공용인프라를 정비 확충하는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CCTV와 비상벨 등 범죄예방환경설계 시설과 재난대비 안전망 구축, 거리환경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전안심 골목길 사업과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쉼터, 화단 등을 만드는 소규모 쉼터 조성사업이다. 주민공동체 활동을 위한 주민공동이용시설과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봉제공동작업장이 조성됐다. 창신·숭인의 가장 큰 지역적 특성인 봉제산업 유산을 집대성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다양한 전시 및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도시재생의 또다른 터전이 되고 있다.


마을탐방로 기반 조성사업도 추진됐다. 옛 한양도성을 따라 만들어진 마을의 장소성을 살려 총 46개소의 지역자원을 발굴하고 안내 사인, 지도, 콘텐츠 등을 개발해 창신숭인의 역사문화를 더욱 편리하고 깊이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백남준 선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창신동 생가 터에는 백남준기념관을 조성했다. 일제강점기 채석장으로 쓰였다가 그대로 남아 방치된 절개지를 활용하는 채석장 부지 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전망대가 들어섰다.


도시재생에서 지역 공동체 자원은 중요하다. 해당 지역의 필요와 특성에 맞는 최적의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민역량 강화사업으로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주민공모사업, 지역현안을 소규모 실행사업 등으로 풀어가는 주제공모사업, 마을배움터(도시재생 마을학교) 등이 추진됐다. 주민협의체는 도시재생 진행과정에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행정, 전문가와 협의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지역내 공간과 시설을 활용해 각종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창신숭인 지역재생협동조합(CRC)이 자생노력의 구심점이 됐다. 창신숭인의 봉제공장은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원부자재를 구매해 만든 제품을 동대문 도매시장에 판매하는 동대문 패션산업 클러스터의 한축이다. 최근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입주해 봉제공장과 연계한 패션 브랜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채석장 전망대 마을카페는 지역 청년들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손경주 창신숭인 CRC 이사는 28일 “주민 120명이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공동이용시설을 이용해 문화활동과 모임,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자율주택정비사업과 안전안심 골목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재생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성이 낮은 도시재생에 비해 재개발이 낫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 손경주 이사는 “주민의 10~20%는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집값이 오르니까 상대적인 박탈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창신숭인에는 주거 시설만 있는 게 아니고 봉제공장이 2000개 이상 있어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크다. 원주민과 세입자들이 밀려나지 않고 공존하는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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