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한국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 노동 유연성·생산성 높아 (2021.04.29) | 아시아경제
| 한경연, OECD·통계청 데이터 분석
| 덴마크·노르웨이·독일·네덜란드 등 4강 비교
우리나라가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등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국가들과 비교해 노동생산성과 노동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근로자의 날(5월1일)을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396시간, 1인당 평균 국민총소득은 6만187달러로 각각 파악됐다.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1.4배 더 일하면서 소득은 절반(3만2115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들 국가의 5대 특징으로 ▲높은 고용률 ▲높은 노동생산성 ▲높은 노동유연성 ▲시간제 근로 활성화 ▲높은 수준의 인적자원을 꼽았다.
비교 대상인 4개국의 평균 고용률은 76.4%로 한국(66.8%)에 비해 9.6%p 높았다. 네덜란드와는 11.4%p 차이가 났다. 한경연은 "우리나라가 네덜란드 수준의 고용률을 달성하려면 약 418만6000명의 일자리가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와의 여성 고용률 격차는 16.3%p로 더 컸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노르웨이가 84.3달러로 한국(40.5달러)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OECD 36개국 중에서도 30위로 하위권에 속했으며, 전년보다 순위가 한 단계 더 떨어졌다.
노동시장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에서도 한국은 54.1점으로 OECD 37개국 중 35위인데 반해, 4강의 평균 점수는 68.9점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덴마크(71.4점)는 OECD 국가 중 3위, 평가대상 141개국 중에서는 4위에 올랐다. 이들 국가는 시간제 근로 비중이 높았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37.0%로 한국(14.0%)보다 2.6배 높았다. WEF 인적 자원 기술 부문 점수도 평균 84.6점으로 한국(74.0점)보다 앞섰다.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지원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보였는데, 한국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15% 수준으로 4강과 비교해 크게 높았다. 이에 비배 직업훈련 예산은 0.03%로 낮은 수준이었다. 덴마크의 경우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은 거의 없는 반면 직업훈련 지출 비중은 GDP 대비 0.39%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였다.
| 노사 합의 기반한 장기적 개혁
| 노동유연성 확보·노동생산성 제고해야
한경연은 이들 나라가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노동 유연성 확보를 꼽았다. 네덜란드는 바세나르협약(1982)을 통해 노동계는 자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30시간 미만 시간제 고용을 활성화시켰다.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되면서 여성 고용률은 1985년 35.5%에서 2000년 62.7%로 크게 증가했다. 더불어 공공부문 고용 축소, 공무원 급여 동결, 세금 인하 등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이뤄냈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실업률이 상승하고 사회복지 부담도 증가하면서 노동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하르츠개혁(2003)을 통해 '미니잡' '미디잡' 등 탄력적 일자리 창출을 꾀했다. 근로자 파견법상 규제도 폐지(파견 상한기간 폐지, 반복 재취업 금지 등 조항 삭제)하고, 해고금지 규정을 완화(기존 5인 이상→10인 이상)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였다. 그 결과 2005년 11.3%에 이르던 실업률을 2015년 4.7%로 낮췄다. 청년실업률도 15.2%에서 7.2%로 떨어졌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도 노사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 개혁을 추진해왔다. 덴마크의 9월 합의(1899), 노르웨이의 노사정 기초협약(1935) 등은 노사분쟁 시 거쳐야 할 절차들을 정하는 합의 문화로 통한다. 또 덴마크는 제3차 노동시장개혁(1998) 통해 실업자를 위한 고용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직업훈련의 질을 높였다. 독일도 하르츠개혁을 통해 실업급여 최장 수급 기간을 32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시키고 적극적 구직활동 의무를 부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나라들은 시간제 근로 활성화와 노동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고용률을 높이고, 높은 생산성을 토대로 소득 수준도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우리나라도 직접 일자리 창출보다는 직업교육 등을 통해 인적 역량을 높이고,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노동 유연성을 제고한다면 일자리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