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6070,틱톡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시니어들 ‘유쾌한 반란’ (2021.03.11)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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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6070,틱톡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시니어들 ‘유쾌한 반란’ (2021.03.11)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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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이어 1020 전유물 틱톡서도 그랜드파찬-더뉴그레이-패션광 등

| 시니어 크리에이터 ‘끼’ 맘껏 발휘

| 자극 편집보다 자연스러운 멋 추구… 전연령층서 “멋있다” “재밌다” 환호

| 집콕 영향 참여 시니어 늘어날 듯



희끗희끗한 머리에 화사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70대 부부. 점잖게 서 있던 이들은 최신 팝송이 흘러나오자 돌연 집 거실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주름진 눈가에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두 사람은 쑥스러운 듯 자연스러운, 어설픈 듯 세련된 동작을 선보인다.


영상 길이는 10초 안팎. 별다른 편집도 없다. “4명의 손자 손녀와 소통하기 위해 영상을 만든다”는 소박한 바람과 달리 노부부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올리는 춤사위는 10일 기준 전 세계 120만 명이 즐기는 영상이 됐다.


평범한 1942년생 동갑내기 부부 이찬재 안경자 씨는 이제 ‘grandpachan’ 계정을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로 불린다. 중고교생 손자들의 권유로 지난해 1월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에 참여한 게 시작이었다. 첫 영상이 말 그대로 ‘터지면서’ 지코가 이들에게 선물도 보냈다. 두 사람은 “숨겨진 끼를 찾았나 보다. 영상을 찍으며 가족들과 정말 많이 웃는다”고 했다.


평균 60대 이상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됐다. 유튜브 등에서 알고리즘이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추천하고, 이들이 기존 플랫폼에서 맹활약하는 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1020세대의 전유물로 꼽히던 틱톡에서도 최근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더뉴그레이’ 채널에는 중년 남성 6명이 등장한다. 현실에선 이들이 ‘아재’ ‘할아버지’라 불릴지 몰라도 SNS에서만큼은 핫한 그룹 ‘아저씨즈’의 멤버다. ‘아저씨 패션크루’를 표방하는 이들은 때론 음악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추고, 패션쇼 런웨이를 걷듯 멋진 옷차림도 선보인다. 두 플랫폼에서 약 24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매거진에서 20여 년간 활약한 이광걸 씨가 틱톡에서 운영하는 ‘패션광’이라는 채널 역시 1020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의 특징은 전 연령층에서 고루 사랑받는다는 것. 1020세대가 만든 영상이 주로 또래 집단에서 소비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들은 억지스럽거나 자극적인 편집보다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멋과 유쾌함을 추구한다.


영상을 본 이들은 “나이에 비해 멋지다”가 아니라 그냥 “멋있다” “재밌다”며 환호한다. ‘패션광’에는 1020세대 팔로어가 찾아와 “스무살에 181cm, 56kg인데 스타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남긴다. 20대가 중장년 세대에게 최신 트렌드를 묻는 진풍경도 자주 벌어진다.


크리에이터로 뛰어드는 시니어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틱톡을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각각 ‘쇼츠(shorts)’ ‘릴즈(reels)’ 등 짧은 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팬데믹 장기화로 시니어층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 에이프’에 따르면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틱톡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1020세대에 비해 4050세대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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